I remember the day
방 한구석에
옷장 속 깊숙히 파묻힌
먼지 묻은 자켓을
꺼내며 1년이 마무리
될거라 느끼며 새삼 놀라듯이.
체감을 못했어
얼마나 시간이 빠른지.
포근하고 뜨거웠던 시간을
잡기보단 그 순간을 지나
치지 않으려고 집중을 했지만
매년 장마가 오듯 흐려지기 또 시작.
술잔을 올리며 이성을 내려놔.
취기에 의지해.
바보같은 해결방법.
그리 화려하진 않았던 밤
술병은 식을 틈이 없이 돌아 동나.
정신을 차리고 사람들 가만히
쳐다보니 어느새 나 혼자 반팔티.
흐름을 거부한건
사실 두려움 때문에
널 보낼 준비가
아직 되지 않았지.
아무 미동 없던 시계바늘.
눈 감고선 부정했어 난
그 해 가을 까지.
너가 없는 현실을
뭐가 그리 급했길래
연락 하나 없이
먼길 떠나갈 거면서
아무 말도 없이
정말로 모두가
미웠고 잘 살고 있는 나도
많이 미웠어. 그저 멍하니
너를 바라만 봐도
오만가지 생각들이
옭아매더라고.
결국 술 앞에서
무너졌던 감정의 파도.
어쩌면 핑계 일지도 몰라.
지금 나는 알콜만 찾고사는 중독자
이니까. 허나 그땐
들기 어려웠던 첫잔
그 작은 술잔이
무서웠던 거야.
정신을 차린 후
내 모습 가만히
보다 느꼈지,
너에게 몹쓸짓 하다니.
난 그 순간부터
다시 눈이 떠졌고
너가 못다한 청춘
이뤄 보려 애썼어.
지갑을 열어 가끔
꺼내보는 그 사진.
시간은 벌써 나를
먼 훗날로 데려왔지.
이젠 그닥 놀랍지
않은 나를 보곤
하염없이 눈물이
흘러 어쩌면 소나기.
아무 미동 없던 시계바늘.
눈 감고선 부정했어 난
그 해 가을 까지.
너가 없는 현실을
세월은 많이 흘렀고
더 흘러가겠지.
더 바빠지는 일상에
가끔 못 보러 갈 때 있어도
내 마음 그대로
변한적 없이 기억해.
말 없이 수백번,
널 불러보며 기억해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