얼룩
비가 내리는 날엔
그 길을 혼자 거닐다
따듯한 커피 한잔에
웃음과 기억이 새어
적셔진 유리 뒤에
지나는 사람들은
각자의 영화 속의
주인공을 꿈꾸고
영화가 끝난 뒤엔
그 추억을 그리며
기억이 무뎌지면
새로운 사랑이
아직도 그댈 미워하고
사랑하는 게 아니에요
빗물에 번진 내 마음을
지울 때면 조금 아파요
색 잃은 배경 안에
멈춰진 시간들은
아무 일도 없는듯
모든 게 제자린데
지금관 다른 내가
얼룩을 그려내어
가끔씩 이런 날엔
너무도 그리워
아직도 그댈 미워하고
사랑하는 게 아니에요
빗물에 번진 내 마음을
지울 때면 조금 아파요
잊지 못할 것 같던
후회뿐이던 이별도
다 지나고
때론 덧나고
그러다 조금씩
더 잔잔해지고
아직도 그댈 미워하고
사랑하는 게 아니에요
빗물에 번진 내 마음을
지울 때면 조금 아파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