거울 (리플리)
내가 나란 아이를 기억하는 건
다섯 살 남짓부터인 것 같아
옆집 형 앞집 친구와
동네 여기저기를 누비다
저녁 때가 다 돼서야
집에 들어오곤 했어
늘 바쁘시던 부모님을 대신해
할머니가 날 씻겨주시곤
맛있는 밥을 차려줬어
남들과 다르지 않게
꼬마시절을 보내고
학교라는 무리생활을 시작하고
O형답게 그 무리생활에 쉽게
적응하고 언제나 밝고
남들에게 기쁨을 주는
그런 아이였어
초등학교 시절엔 늘 반장
그것도 모자라 오락부장
그것들은 늘 내 몫이었고
참 까불대던 놈이었어
키가 커가며
격한 사춘기도 보냈었고
친구들 없인 살 수 없을 것 같던
의리파 멋진 놈이라
내 자신을 생각했어
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
꽤 괜찮은 아이였어
언제부턴가 거울 앞에 서면
낯선 누군가 있어
나 아닌 누군가 있어
살기에 살아야만 하는
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는
낯선 누군가 있어
내 안에 누군가 있어
내가 나를 잃었어
내 꿈을 사랑하던 아이
맑고 투명했던 눈빛은
어디로 갔는지
내가 나를 잃었어
환한 웃음 많던 아이
아직 거울 속에 비친 주인공은
나여야만 해
우여곡절 끝에
이십대에 접어들며
사회라는 곳에 들어선 후
어른이 되어가는 걸
느끼는 순간부터 나는 내 자신을
잃어가기 시작했어
나를 지켜야 했고
지지 않아야 했고
스스로를 책임져 가는
나를 만나야 했어
십대시절 무리생활과는
다르게 사회는 쉽게 나를
받아주지 않았어
보일듯 말듯한 것들로
날 갈팡질팡하게 했고
줄듯 말듯 내 꿈을 나에게
쉽게 허락하지 않았어
그럴수록 난 아픔에 둔해져가며
조금씩 변해 가 이질적인
나를 만들어 갔어
남들이 웃을 때 웃지 않고
그들이 울 때 웃어야
강해보인다는 잘못된 생각으로
세상에 맞서 왔어
아프면 아프다 힘들면
힘들다 내색조차 않고
견뎌왔어 앞으로의
내가 어찌 변할지
두려움이 앞서 두려움이 앞서
언제부턴가 거울 앞에 서면
낯선 누군가 있어
나 아닌 누군가 있어
살기에 살아야만 하는
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는
낯선 누군가 있어
내 안에 누군가 있어
내가 나를 잃었어
내 꿈을 사랑하던 아이
맑고 투명했던 눈빛은
어디로 갔는지
내가 나를 잃었어
환한 웃음 많던 아이
아직 거울 속에 비친 주인공은
나여야만 해
내가 나를 잃었어
내 꿈을 사랑하던 아이
맑고 투명했던 눈빛은
어디로 갔는지
내가 나를 잃었어
환한 웃음 많던 아이
아직 거울 속에 비친
주인공은 나여야만 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