소나기
비가 내린다
회색 소낙비가 내린다
남몰래 흐르는 눈물처럼
조용히 지나갔으면 좋았을 걸
퍼붓는 소나기는 이유없이 싫다
꼭 나를 닮아 반겨주는
사람 하나 없는
우리는 서로를 너무 많이 닮아
검은 그늘까지
허나 곧 밝아질 태양을
더욱 빛나게 하잖아 넌
내게도 그런 널 닮은 날이 오겠지
그렇게 좋은 날이
내게도 한번은 오겠지
하교 후 노을이 다 지나
어둠이 내릴 때
아이들은 제각기
엄마의 부름에 집으로
들어갈 때 난 늘 그
놀이터에 혼자 남아
가장 높은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
엄마를 기다렸어
저 멀리 엄마의 그림자가
뉘어질 때쯤 괜한 눈물이
서럽게 났고 몇년은 못봤던
엄마를 본 아이인냥
덥석 안겨 울었어 매일 같았어
소나기가 내린다
거친 파도가 되어
내 가슴을 때린다
외로운 내 맘에
숨 쉴 시간도 없이
내 가슴을 울린다
괜한 슬픔은 나에게
그늘이 되었고
그늘은 주름이 되었고
결국 주름은 그림자가 되어
날 따라다녀
남보다 앞서가지 못하게
날 뒤편으로만 이끌었어
허나 난 그것에 불만없이
당연한 듯 따라 왔어
따져본 적도 없어
왜 난 이래야만 되고
늘 이래야만 되냐고
맘속으로 외쳐봤을 뿐
누구처럼 투정부려 본 적도 없어
그런것에 지쳐 요즘
이유없는 눈물이 흘러
내가 병들었구나 느껴
괜한 눈물을 멈추게
하는 건 세상에 없어
그저 잠을 자는 시간만이
가장 편하고 행복해
하지만 계속 잘 수는 없어
또 이 눈물은 계속돼
마냥 행복한 시간을 꿈꿔
세상 사람들 다 이렇게 살겠지
생각하며 내 자신을 달래
수십년간 이 시간들을
버텨온 어른들만이
존경스러워 그저
존경스러워 그저
햇살은 모두를 비추는데
내게만 내리는 저 소나기는
날 자꾸 끌어당기네
더는 외로움에
익숙해지는 게 싫은데
또 언제까지 저 소나기는
내게만 내릴까
소나기가 내린다
거친 파도가 되어
내 가슴을 때린다
외로운 내 맘에
숨 쉴 시간도 없이
내 가슴을 울린다
소나기가 내린다
비가 내린다
회색 소낙비가 내린다
비가 내린다
회색 소낙비가 내린다